기초과학연구원(IBS)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하 코로나19)와 질환의 원인이 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또는 2019-nCoV)에 대한 과학 지식과 최신 연구동향을 담은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를 발행합니다. IBS 과학자들이 국내외 연구동향과 과학적 이슈, 신종 바이러스 예방·진단·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진행 상황과 아이디어 등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본 코로나19 확산의 원인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현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빠르고 광범위한 확산에 있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관점에서는 바이러스 발병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중국의 정치경제시스템이 간접적인 원인으로 본다.
2020년 현재 중국 정부는 미중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 지방정부 부채의 급격한 확대 등 사회경제적 상황에 직면했다. 게다가 과거 사스(SARS) 사태 때의 ‘과오’를 반복하기도 했다. 2003년 중국 정부는 사스가 이미 광범위하게 발생한 2개월 뒤에 발병을 통보하고 대처를 시작했다.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춘절 특수를 이용한 내수진작과 사회분위기 안정을 위해서였다.

중국 정부는 춘절 기간 내수진작이라는 사회경제적 목표와 맞물려 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인 초기 대처에 실패했다. [출처: Wikimedia]
경제위기 지속되지만, 비약학적 개입으로 극복 가능

▲ 미국 연구진은 1918년 스페인독감 발병 이후 비약학적 개입에 따른 주(州)별 사회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다. 적극적인 비약학적 개입을 펼친 경우 스페인 독감의 사망률이 높아져도 고용률 하락 등의 경제적 피해가 적었다. [Markel et al., 2007]위 연구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바이러스의 광범위한 확산을 제어하고 적극적으로 통제할 경우 경제적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즉, 코로나19의 경우에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사회경제활동을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최소화해 나가는 경우 사회경제적인 회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경우가 가장 근접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순차적으로 주요 국가들이 그 선례를 따라 매우 조심스런 회복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거시적 관점: 탈세계화 가속
인류 역사는 ‘분열에서 협력’의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게임이론의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로 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는 상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할 경우 모두가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낮은 이득을 취할 수밖에 없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 ‘죄수의 딜레마’는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결국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상황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출처: Flickr]
미시적 관점: 밸류체인 분열, 4차 산업혁명 가속, 혁신의 기회 창출
글로벌 밸류체인의 성장은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마이클 크리에머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정리한 ‘오링 이론(O-ring theory)3’으로 설명된다. 오링 이론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도중 폭발한 사건을 사례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발사 당일 추운 날씨로 인해 챌린저호의 밸브에 사용되는 고무 패킹인 오링이 뻣뻣해졌고, 이로 인해 가스가 새어나와 연결부위가 파손되며 결국 챌린저호가 폭발했다. 즉, 오링 이론은 첨단기술일수록 작은 공정 하나의 결함이 전체가 실패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현대 산업사회에서 제품과 서비스 요소요소의 최적화가 중요함을 설명한다.

챌린저호 폭발 순간. [출처: Wikipedia]
▲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미국(혁신)과 중국(생산)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의 안정된 양극 체제의 글로벌 밸류체인을 불안정한 다극화된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이후의 과학기술 분야의 변화와 대응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사회경제적 변화에 중요한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거시적 변화는 과학기술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경험으로 인해 과학기술은 보다 지역화 될 것이며, 사회는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높은 과학기술분야의 국가적 리더십과 신속한 과학기술분야의 보건, 의료를 포함한 과학기술적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다원화된 지원 및 육성정책 그리고 빠르게 전개되는 산업의 스마트화에 대응하기 위한 보다 유연한 인력양성 체계의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글: 김원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원장(혁신전략, 기술경영)
기관: Institute for Basic Science
발행일: 2020년 5월 7일